카페 림보

저자
김한민 지음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 2012-11-1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의 이름, 림보. 바퀴족이 점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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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비린 자유의 냄새. 생김새 부터 범상치 않은 그래픽 노블 '카페 림보'. 책 사이즈도 그렇고 시원 시원한 그림체 처럼 메시지도 거침없다. 볼 때는 막 웃었는데, 책을 덮고 나서부터 웃을 수가 없다. 불편해서. 나 자신은 바퀴화(Cockroachification)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책은 철들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는 이를 어루만지며 위로를 건내는 친구가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세차게 뺨을 휘갈기는 친구다. 그래서 마음이 이렇게 얼얼한가 보다. 아마도, 요즘 한창 유행하는 '힐링'과는 아마 정 반대의 치료약일 것이다.


이 책에서 꼬집고 있는 바퀴족의 습성은 어떻게 보면 직관적인 작가의 호불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단단한 뿌리가 서로 얽혀 있어 쉽게 뿌리뽑히지 않을 녀석들이다. 이기심. 획일화. 미디어 중독. 우리 사회가 비인간적이 되어가는 이유를 디테일한 예시를 들며 조목 조목 따지고 있다. 다 모아놓고 보니 정말이지 심각하다. 팍팍한 한숨이 나오는 현실. 


바퀴족으로 살아야 할 이유들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좋은 거 잘 먹고 좋은대서 잘 자야 행복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사랑해야만 하는사람/ex부모)이랑 갈등을 빚기 싫어서? 아름답고 예쁜 것만 봐야 마음이 즐거우니까? 고정관념이란 세상을 해석하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틀이니까? 남들의 부러움을 받고싶어서? 지루한 시간 '생각'이라는 신체(뇌) 활동을 하기 귀찮아서? 나 먹고 살기도 바쁘니까? 바퀴족이 다수니까? 적당히 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야하니까? 나중에 후회할까봐?) 


그런데 반해 림보족으로 살아야할 이유는... 


살아야할 이유는? 


림보족으로 살아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림보족의 생존 목적은 '내가 되는 것' 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바퀴족의 추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A)'를 '바라보게 될 나(B)'를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닐까. A와 B를 일치시킬 수 없을 때 합리화 과정(바퀴족으로 살아야할 이유들을 만드는 것)이 시작된다. 인지부조화의 해소. 합리화 과정을 진행시키며 A는 B를 점점 잠식하고, 결국 B는 사라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철이 든다는 것은 결국 B를 지우는 과정인 것 같다. 자신은 체게바라처럼 살수는 없다는 패배의식과 인지부조화의 불편한 마음을 늘 안고 사는 것. 그것이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거나 바퀴벌레가 되거나 결국은 마찬가지다. 자살한다는 것은 B를 없애버리는 것이며, 바퀴족이 된다는 것도 결국 B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숨을 구멍이 없다는 것은 더이상 합리화할 수가 없다는 것.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포기할 수 없는 나. B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은 나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 그것이 바로 '거울'이 상징하는 바가 아닐까. 마지막에 대장은 위생병이 사라진 것을 알게되고 이성을 잃고 화를 내다가 더듬이에게 따귀를 맞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이 생긴다. 조용히 다시 묵묵히 떠난다. 방황할 곳을 찾아. 이 책은 바퀴화 되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따귀이며, 따귀를 맞고 얼얼한 볼을 문지르는 우리에게 비춰지는 거울인 것 같다. 따귀를 얻어맞고 '왜 때리는거야?'라고 화를 낸다면, 이미 바퀴화가 되 버린 것일 거다. 진짜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사람.


* 덧붙일말// 화살의 촉의 뒷부분은 '뒤끝' 'Cockroachification' '시(쉬)가 들어있는 방광' 이런 언어유희 만으로도 충분히 웃김. 나처럼 한번 휘갈김 당해보도록 권장. 아, 난 맞아도 싸.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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