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8.1
감독
가스 제닝스
출연
마틴 프리먼, 조이 데이셔넬, 샘 록웰, 모스 데프, 스티븐 프라이
정보
코미디, SF, 어드벤처 | 영국, 미국 | 110 분 | 2005-08-26

딱 10분 후. 지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꺼야. 그렇다면 뭘 해야 하지? 

a. 그 딴 개소리는 집어쳐 라고 생각하며 지금 내가 컴퓨터에 앉은 이 자세 그대로 시시껄렁한 인터넷 기사에낚이고 있을려나.
b. 나는 그 누구의 섭리에도 굴복하지 않는 자주적인 존재다! 를 외치며 멸망 1초전 자살을 감행해볼까.
c. 아니면,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손을 맞잡고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드디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졌음을 감사해야하나.

이 영화에서의 해법은 간단하다.

다시는 맛보지 못할 시원한 맥주 두 컵을 벌컥 벌컥 연거푸 마신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엄지손가락을 번쩍 하늘에 치켜든다. 지구를 지나가는 외계 우주선에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니까.

오랜만에 내 취향에 꼭맞는 영화를 만났다! 환경오염, 꽉 막힌 관료주의, 현대인의 우울증... 거기다가 이 세상이 생겨난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 등등 무거운 주제들에 헬륨가스를 왕창 집어넣은 뒤 발로 뻥뻥 차면서 노는 수준.

나도 인간이 만들어낸 고질적인 질병들을 고치기엔 그것이 너무 어마어마하고 거대해서 차라리 그것에 대한 농담을 하고 마는 부류인 것 같다. 그냥 목젖이 부르르 떨리다가 나를 제발 좀 그만 놔둬 하면서 도망가 버릴 때까지 웃어제껴 버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인 것만 같아서.

이 영화에서는 기발한 물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전세계 40억 인구가 하나씩 소지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총이다. 그냥 총이 아니고 ‘역지사지 총’ 이라고 해야 하나? 총을 상대방에게 쏘면, 총을 맞은 사람은 잠시 동안 총을 쏜 사람의 마음이 돼서 이야기하게 된다. 어떨 땐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자기 마음까지 상대방이 알아주는 효과가! 

아무튼. 내 눈 앞에서 그 어떤 무섭고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단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

Don't Panic. (쫄지마)

+ 정말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자꾸 얼굴 인식 뇌가 자꾸 자극 되서 말이지...
  자동적 닮은꼴 생각해내기 능력이라고 해야 되나?



-> 존 말코비치의 입을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시트콤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배우다. 웃을 때시원시원한 입모양이 매우 비슷. 내가 왠지 모르게 호감을 느끼는 여자인데 이름은 Felicity Huffman. 내가 남자였으면 아마 이런 여자를 좋아했을 것 같다.



->우리의 여운계 여사도 비슷!



-> 누구라도 노홍철을 떠올릴 듯한 캐릭터. 은하계 의장직을 맡으면서 자기 뇌를 두개로 갈라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목 밑에 숨기고 사는데 가끔씩 튀어나와 귀여운 행패(?)를 부린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절차와 바보같은 규율에 기계적으로 따르다가 주변인들을 숨터져 죽게만들 괴물들. 상상력의 가장 큰 적은 아무래도 경직된 관료주의가 아닐까? 전투복(?) 입었을때 입술은 은근히 섹시했지만;  



->세상만사에 냉소적인대다가 우울증에 걸린 로봇. 가장 확실하고 귀여웠던 캐릭터. 더욱 웃긴것은 이 목소리를 연기한 것이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역을 맡았던 알란 릭맨!


+ 상상력의 초특급 대왕이라고 칭해도 될만한 이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는 더글라스 애덤스 라는 사람인데 (원작소설 작가) 그의 프로필을 읽어보다가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다.

은하수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세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더글러스 애덤스 (책세상, 2005년)
상세보기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히치하이커 시리즈의 무궁무진한 입담과 달리, 애덤스는 주위의 독촉과 압력을 받고서야 이야기를 풀어내곤 했는데, 시리즈의 4권인《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는 편집자와 함께 호텔에 갇혀서 완성했다고 한다.”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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