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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이마트 전선 참전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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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본동에 소재한 E-마트..  p.m 10시 40분경 영업 마치기전 막바지 떨이 세일이 시작되면, 이곳은 더이상 가족들이 오손도손 쑈핑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매장 곳곳에서는 마치 이라크 전선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육탄전이 펼쳐지며, 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전략을 구사하시는 우리 모친이시기도한 권대위님의 충실한 충견으로서 참전하였다.

가장 먼저 공략의 대상이 된 곳은, 야채코너. 한봉지에 가득 담아 3천원이라는 야채코너 아줌마의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한민국 아주머니들의 치열한 비닐 봉지에 야채 쑤셔넣기 접전이 펼쳐진다. 개중 비싸다는 버섯이 위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많은 손들이 버섯봉투를 향해 달려들지만, 이때 많은 부분을 움켜잡고 한번에 강한 힘으로 당겨서 자기 바구니에 재빨리 집어넣은 자가 승리하게 된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야채코너는 배추닢 몇장만 남을 정도로 초토화 되었고, 미처 빨리 잡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에 쓴 패배를 삼켜야했다.

아차, 야채에 집중하고 있던 동안 옆의 밀감코너는 절반이 이상이 동이난 터였다.
"밀감 무조건 한봉지에 만원~ 그러나 묶이지 않으면 스티커를 안붙여드립니다~"
이 밀감코너는 특히 비닐봉투 하나에 얼마나 많은 밀감을 넣느냐가 관건이며, 이는 수많은 노하우와 좋은 밀감을 골라내는 집중력을 요한다. 그러나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를 가득 매운 그 아줌마들 사이를 파고 들어가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하고 밀감을 골라넣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으신 우리 권대위님, 겨우 한자리를 차지하고 밀감집어넣기에 집중하셨다. 본인은 밀감코너 아저씨의 방송에 집중하며, 묵묵히 밀감을 집어넣으시는 대위님의 모습을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밀~감. 밀어서 된 감이 아니죠~ 밀감이지요~ 귤이라고도 하지요~"
"밀감에 들어있는 비타민C드시고 감기예방 하십시오~ 그런데 밀감먹다 사래걸리면 약도 없습니다~"
밀감은 금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뒤늦게 들어온 적군들은 포기하고 나가야 했다. 너무 욕심을 부려 봉지가 묶이지 않자 스티커를 거부당한 사람은 힘들게 고른 밀감을 빼내야했다.

"아~ 저분 아주 머리좋으신 분이 계십니다. 비닐봉지를 먼저 묶고, 귤을 쑤셔넣는 전법~ 다 넣고 봉지 묶으려면 안묶이지요." 아저씨가 경탄하며 칭찬하시는 그분은, 바로 우리 권대위님이였다ㅠ.ㅠ 일말의 표정 변화 없이 열심히 봉지 사이로 귤을 집어넣고 계신 우리 자랑스런 권대위님ㅡ

곳곳에서 언제 들릴 지 모르는 세일 호령을 캐취하는 밝은 귀와 재빠른 발걸음, 봉지에 어떻게하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가의 오랜 노하우와 전략, 졸병을 줄에 대기시키고 다른 코너를 공략하는 시간절략법... 존경스러운 우리 권대위님...

주로 짐들어줘야할떄 연락하는 이신우 일병이 먼곳에 있는 상태라 밀감 봉지를 낑낑대며 들고와야 했지만, 권대위님의 입가에는 만족의 미소가 잔잔히 흘렀다...

우리 권대위님은 저녁 10시 이전엔 절대 이마트에 안가신다...


(2003년 10월 29일 작성)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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