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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9 <푸지에> 거칠고 순수한 자연을 닮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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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에 (0000)

Puujee 
9.4
감독
카즈야 야마다
출연
-
정보
다큐멘터리 | 일본, 몽골 | 110 분 | 0000-00-00

 


세키노는 몽골의 벌판에서 능수능란하게 말을 모는 7살 꼬마를 만나고 사진을 찍는다. 이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아이는 마음대로 사진 찍은 세키로에게 화가난 듯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은 세키로는 그 아이의 집까지 찾아가게 된다. 이렇게 세키로와 푸지에 가족의 인연이 시작된다.

'푸지에'라는 몽골의 7살박이 소녀. 억척스러워 보이지만 담대해 보이는 이 소녀의 풍채가 너무 강렬하다. '걱정이 없는 것'은 어린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나 푸지에는 몇십마리 양과 말을 책임져야 하고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기에 일찍이 어른의 표정을 배웠다. 그러나 그녀는 불쌍해 보이거나 안쓰러워 보이지 않는다. 당당하고 멋있다.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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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노가 찍어준 가족사진 (할머니, 사촌동생 바사, 푸지에, 엄마)


드넓은, 아니면 황량한, 몽골의 들판 처럼 여백이 많은 다큐멘터리였다. 그 여백을  여러가지 생각들로 채울 수 있도록, 충분히 천천히 진행되는 담담한 시선이 고맙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거친 땅에서 말과 양을 키우며 살아온 몽골의 유목민들. 감독은 시장경제가 몽골에 파고들면서 전통적인 유목민들의 생활이 파괴되는 모습을 담담히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래서 더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형체없는 흐름이기에 저항할 힘이 없다. 이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왜 하늘은 그런 비극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2시간여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니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기에, 믿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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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의 미소와 마주칠 때다. 내 눈길을 끄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 아이들은 자립심이 강하며 어른들의 테두리를 거부한다."

- 세키노 요시하루
 

세키노 요시하루는 인류의 탄생지를 따라 남미 최남단부터 아프리까까지 여행하는 모험가이다. 몽골을 자전거로 횡단하던 중 푸지에 가족과 깊은 정을 나누고 일 년에 한 번씩 가족을 찾아가지만, 몽골 유목민들의 힘든 삶에 철저하게 목격자로서 남을 뿐이다. 푸지에 가족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그의 마음과 답답한 마음이 담긴 얼굴을 보면, 거울을 보고 있지 않아도 다큐를 보고 있는 내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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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같은 사람은 거친 몽골의 들판을 동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만, 정작 몽골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떠나가고 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모두의 책임일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슴 먹먹해지는 마지막 결말. 푸지에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하다. 푸지에는 죽었지만 일본어 통역사가 되고싶어한 푸지에의 꿈은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그것은 몽골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또 다른 어린아이의 꿈일까.
     

무표정한 푸지에에게 가끔씩 번지는 귀여운 미소, 그렇게 그녀를 품는다.









푸지에 (Puujee, 2007)
다큐멘터리
카즈야 아마다 감독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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