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of Books” by Robert Coover


Summary & Comments

     Robert Coover의 “The End of Books”는 인쇄 매체가 점차 쇠퇴하고 하이퍼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매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Coover가 이러한 예측을 했었던 1992년보다 20년이 지난 지금, 종이책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하이퍼텍스트 소설들은 기대만큼 인기가 많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모두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보급률이 높아진 타블릿PC(아이패드, 갤럭시탭 등)와 E-Book리더기(아마존 킨들, 교보이북리더 등)를 통해 전자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Coover가 전망했던 하이퍼텍스트의 특징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이퍼텍스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읽기와 쓰기의 역사에서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사건이 문자의 발명, 가동 활자(movable type)의 발명, 그리고 하이퍼텍스트의 발명이라고 말한다. George P. Landow는 그의 책에서 전자 텍스트 처리는 인쇄책자의 빨전 이후 정보기술의 큰 변화를 초래했으며, 이는 구텐베르그가 금속활자를 발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특히 문화, 읽기와 쓰기, 교육, 비평,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퍼텍스트는 ‘레시아스’라고 일컬어지는, 텍스트 분절로부터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여, 비선형적 글쓰기를 가능하게 한다. 하이퍼텍스트에서 독자와 저자는 공동 작가이며, 공동 학습자이다. 텍스트(비주얼, 키네틱, 음성등 포함한)를 구성하고 재구성하는(지도를 만들어가는) 길동무 인 것이다. 또한, 컴퓨터 시스템은 창작 공간의 환경을 마련해 준다. 카드를 섞듯 랜덤하게 링크를 걸어주는 시스템도 있고,  Guide나 HyperCard의 경우 작가가 스스로 세팅할 수 있는 툴셋을 제공한다. 좀 더 세밀한 시스템으로 많은 소설가들이 쓰는 Storyspace 같은 소프트웨어가 있다.  

     최초로 장문의 하이퍼텍스트 픽션을 쓴 Michael Joyce는 하이퍼픽션이 다양한 모드, 다양한 감각의 글쓰기 형태로 받아들이게 될 진정한 전자 텍스트의 최초 예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내러티브 형태의 시간흐름은 출구 없는 미로나 처음, 중간, 끝을 부분으로 나눌 수 없는 형태로 바뀐다. 대신에, 가지치기, 메뉴, 링크, 네트워크 구조 등이 가능하다. 맨 위와 맨 아래가 없는 네트워크는 계급이 없으며, 문단이나 챕터 같은 구분은 똑같이 배분된 윈도우 사이즈의 텍스트와 그래픽 블록으로 대치된다.   

     Coover는 브라운대학교 하이퍼텍스트 픽션 워크숍을 열었으며, 두 학기 만에 학생들의 독서습관과 함께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작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었다. 하이퍼텍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방면으로 뻗어가는, 미로와 같은 링크의 구조였다. 글쓰기나 읽기에 있어 발화나 스타일, 캐릭터나 플롯보다 링크, 여정, 지도에 대한 창의적 사고가 더 중요했다. 학생들의 창작물은 지리적인 것에 기초를 둔 내러티브, 클래식을 패러디하여 자신만의 어드벤처를 만드는 스토리, 공간적인 시, 계열을 가진 내러티브, 인터랙티브 코메디, 움직이는 코믹 북 등 장르도 다양했다. 그래픽 요소가 내러티브와 결합했고, 다양한 플롯의 요소나 목소리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폰트가 사용되었다. 또한 통계표, 노래 가사, 뉴스기사, 사진, 보드게임, 락 뮤직 앨범 커버 등 픽션에서는 주로 사용되지 않았던 자료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각자 작업을 프로젝터에 띄우고 다양한 관점에서 크리틱을 했으며, 누구나 체크인 아웃할 수 있는 ‘호텔’이라는 공동 창작 공간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캐릭터를 창조하고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한다. 이 공간은 익명의 텍스트로 채워지고 새로운 학생이 올 때마다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Coover는 하이퍼텍스트 소설에서 앞으로도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첫째, 하이퍼텍스트의 기본 기술은 계속해서 유지된다 하더라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쉽게 바뀌기 때문에, 운영체제 표준화가 시급하다. 둘째, 독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을 피해 다녀야 하고, 무한한 공간 속에 길을 잃거나 헷갈리고 지칠 수도 있다. 하이퍼텍스트의 무한성은 끝없는 확장으로 나타나기 쉬우며, 이것은 구심점을 잃은 채 너무 넓고 느슨해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독자의 일관성, 종결성에 관한 욕망과 텍스트의 계속성에 대한 욕망이 충돌할 때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또 어떻게 필터링을 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있다. 셋째, 창작물의 평가에 대한 문제도 발생한다. 소설의 가치로 평가해 오던 통일성, 완결성, 일관성, 비전 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수사법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려져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나올 수 없는 소설을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내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중간에 머물러 있다면 독자로서, 작가로서 언제 끝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환경에서 종결이란 무엇인가?     

     여러 작가들의 실험적인 시도는 많았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널리 알려진 하이퍼텍스트 소설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독자들은 점차 전자책이라는 기기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기존의 독서습관에서 크게 벗어난 경험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오히려 종이책과 비슷한 경험을 재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것은 Coover가 지적했던 위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점을 못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하이퍼텍스트 전자책의 미래를 비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Coover가 마지막에 이야기 했듯이 인쇄매체는 하이퍼스페이스에서 읽힐 수 있겠지만, 하이퍼텍스트는 인쇄매체로 옮겨질 수 없다. 텍스트 자체보다는 그래픽이나 색깔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유아, 어린이용 동화가 전자책으로 많이 제작되고 있으며, 잡지나 신문 등의 매체도 전자책과 어울리는 콘텐츠로 평가되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소설의 영역에서도 하이퍼텍스트만이 구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나와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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