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dewijk와 Kaam에 의하면, 정보 흐름의 관계를 정보제공자(C)와 소비자(i)로 나눈다면 이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훈시(Allocution) 유형에서는 정보는 주로 정보제공자에서 소비자로 단방향으로 흐른다. 정보제공자(C)가 정보의 주인이며, 소비자(i)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정보제공자(C)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정보제공자(C)는 정보를 건네는데 필요한 기술까지도 제공하게 된다. 둘째는 대화(Conversation) 유형으로, 각 소비자 개인 사이에 정보가 흐르게 되며 정보 소유와 그것을 건네는 것 모두 권력이 평등하게 나누어져 있다. 대화 유형에서 사람들은 정보의 공급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전화요금, 우편요금 등 이용 수단에 대해서만 돈을 지불한다. 이 유형에서 소비자(i)와 연결된 다른 소비자(i1) 사이에서는 정보 서비스 센터(C)가 놓이게 된다. 세 번째는 상담(Consultation) 유형으로, 정보제공자(C)는 소비자(i)의 요청에 의해서만 정보를 전달하는 유형이다. 정보제공자(C)가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i)가 정보를 제공받는 시간과 주제를 결정할 수가 있다. 마지막은 등록(Registration)유형으로, 정보의 흐름이 반대 방향이 되는 것이다. 즉, 센터는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는 입장이 된다. 이것은 훈시나 상담유형 등의 정보제공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많이 이루어진다. 등록 유형의 특징은 소비자가 정보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어느 한 유형에 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런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기술이 발전하고 네트워크가 통합되어 이전의 특징들만으로 유형을 규정하기 힘들게 되었다. 

   현대는 서비스가 복잡하게 세분화되었기 때문에 4가지 유형 중 한가지로 분류하기 힘들고, 유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유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독재적으로 정보제공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훈시(Allocution) 유형은 점차 약화되고, 소비자로부터 정보가 생성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택할 권리가 훨씬 높아졌다. 이전의 독재정치에서처럼 정보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여 제공하는 채널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신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정보 흐름의 주체가 된 것이다. 이러한 주체적인 소비자들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고, 활발히 아젠다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 결정권자들은 소비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염두에 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또한 정보 생산자들도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다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Bordewijk와 Kaam은 정보 흐름의 관계를 정보제공자와 정보소비자 두 가지로 나누었는데, 이를 정보 제공자, 정보 매개자, 정보 소비자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현대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보를 매개하는 서비스가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신회사들이 전화, 인터넷, 방송(IPTV)등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공하며, 정보제공자와 소비자들 사이를 연결해 주고 있다. 이들은 정보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만을 제공할 뿐이지만 인프라 비용이 거대한 망을 가졌다는 것은 이 매개 역할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보이지 않는 권력을 가진 존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들이 거대화되어 정보제공의 역할까지 선점하려고 한다면, 정보의 통제가 일어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보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Bordewijk와 Kaam이 정의한 등록(Registration) 유형과 같이 정보매개자들은 소비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는 적극적일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적 장치를 통해 보호받는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흐름이 양방향으로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장치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bird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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